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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왜 배워야 되나

역사를 왜 배워야 되나?

역사란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기록한 것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합니다. 흔히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배워야 한다”라고 말이죠. 그런데 과연 역사를 공부하면 진짜로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세상은 복잡하고 교훈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역사를 안다고 무조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경험과 깨달음을 기억하여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인간 개개인의 삶, 기업, 국가에 모두 중요한 일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수많은 돌발 상황과 오류가 발생합니다. 실전에서 실수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자가 아니라, 실수를 적게 저지르는 자가 승리한다는 전쟁의 금언도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복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면, 선대, 선배, 앞사람이 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생은 달라질 것입니다. 집단과 국가로 가면 더 말할 필요도 없죠. 그래서 옛날 지성인들은 역사를 소중히 여겼고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읽고 배워야 하는 학문으로 간주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만, 오늘날에 귀감으로서의 역사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무섭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귀감이란 오래도록 변치 않는 교훈인데, 이제는 어제 배운 교훈도 신뢰할 수 없을만큼 발전이 빠른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과거에는 경영 기법이나 기업을 분석할 때 교훈과 원칙을 비교하며 그것을 지키지 않은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전의 성공에서 얻은 교훈을 귀감으로 삼은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한 경영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실패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전의 성공을 답습한 것이 패망의 원인이 된 경우가 무려 70%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정도면 역사학은 인생의 스승이 아니라 사회의 악이 될 판입니다.

그러면 역사를 배우는 근본적인 목적은 뭘까요? 옛날에도 시대를 이끌어 갔던 사람은 역사의 진짜 기능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창조와 적용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뒷걸음질이 아니라 앞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인생의 필연적 고초는 우리가 걸어온 길은 밝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하면 언제나 캄캄한 어둠이라는 사실입니다.

역사는 되새김을 위해서가 아니라 창조를 위해 존재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당장 이런 의문이 따라옵니다. 과거를 소재로 하는 역사가 어떻게 미래 창조의 소재가 될 수 있나요?

역사의 진정한 소재는 과거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입니다. 심리학이나 생물학 대상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 집단의 일원으로서 인간의 생각과 행동, 반응, 고민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역사입니다. 즉, 인간의 본질적이고 고유한 욕구와 욕망이 시대라는 환경적, 기술적 제한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었고 어떤 현상, 장단점을 발휘하였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환경은 계속 바뀌지만 인간 본성의 요구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과거 인간과 사회(환경)의 화학 반응을 연구하면 미래의 새로운 조합에서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과거의 폐쇄적 사회에서 글로벌 사회로, 농업 국가에서 산업, 무역 국가로 변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도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귀감의 역사가 아닌, 창조의 역사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과거의 땅에서 자란 가치와 방법을 재활용해서도 안되고, 파묻거나 부조리로 비난하기만 해서도 안됩니다. 인간과 사회, 시대의 메커니즘 속에서 분석하고, 현재와 미래의 방안을 도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선악과 적폐, 전통론, 진보와 보수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역사를 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입니다. 100년 전 진보적 방법이 지금도 진보적일 수는 없습니다.

cf. ‘귀감’의 역사가 아닌 ‘창조’의 역사, 역사교수 임용한, 2019-04-16